내가 좋아하는 것들

굴원의 어부사..

可耕 2004. 10. 14. 21:34

굴원이 죄 없이 추방을 당해

강과 못 사이를 쏘다니고

연못가 거닐며 슬픔 노래 읊조리니

얼굴은 시름 겨워 초췌해지고

형용은 비쩍 말라 야위었더라.



어부가 이를 보고 물어 말하길.

"그대는 삼려대부(三閭大父) 아니신가요?

이런 곳엘 무슨 일로 오신 건가요?"



굴원이 대답하여 말을 하기를,

"온 세상 모두가 흐려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고 깨끗했으며,

뭇 사람들 모두가 취해 있는데

나 혼자만이 맑은 정신 깨어 있어서

그만 이렇게 추방당한 거라오."



어부가 이 말 듣고 말을 하기를,

"성인은 사물에 막힘이 없어

세상과 추이(推移)를 같이 한다오.

세상 사람 모두가 흐려 있다면

어째서 진흙물 흙탕질을 쳐

그 물결 더 높이 일으키질 않으며.

뭇 사람 모두가 취해 있다면

그 술 지게미 배불리 먹고

박주(薄酒)나마 마셔 두지 않고서

어째서 깊이 생각 높이 행동해

스스로 추방을 불러 왔나요?"



굴원이 이 말 듣고 다시 말하기를,

"내 일찍 이런 말 들은 적이 있다오.

새로 머리 감은 이는 갓 먼지 털어 쓰고

새로 몸을 닦은 이는 옷을 털어 입는다고,

그러니 어찌 이 깨끗한 내 몸으로

저 더러움을 받을 수 있으리요?

차라리 상수(湘水) 물가로 달려 가

물고기 뱃속에 장사지낼지언정

어찌 이 희고 깨끗한 내 몸으로

세속의 티끌을 뒤집어 쓸 수 있으리요?"



어부가 듣고서 빙그레 웃고는

돛대를 올리며 가면서 노래하길

'창랑의 물결이 맑을 때라면

이 내 갓끈 씻을 수 있고,

창랑의 물결이 흐릴 때라면

이 내 발이나 씻어보리라.'

마침내 가 버리곤 말이 없구나.



--글씨를 쓰기 시작하면서

병풍을 쓴다면 꼭 한번 써야겠다고

작정한 글..



독야 청청이 얼마나 교만한 말인지를

아는 사람만이

이 글의 의미를 알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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