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5.18 항쟁 백일장에서 고3 아이가 썼다는 시..
한 번 본 후로 자꾸 자꾸 생각난다..
자꾸 자꾸 귓가에 맴돌아 마음을 심란하게 한다..
이 시..
근간에 보기 힘들었던 잘 쓴 시..
시 한편으로 평가하긴 성급하지만
천재성이 느껴지는..
모름지기 시란 쉽고 이해하기 편해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빌게이츠가 고등학생들에게 했던 열가지 충고라는데.. (0) | 2007.07.31 |
---|---|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0) | 2007.07.20 |
흔들리며 피는 꽃...도종환 (0) | 2007.04.26 |
[스크랩] 머리아파... (0) | 2006.07.24 |
[스크랩] 화사한 꽃들과 새겨두면 좋은 말 삼십언 (0) | 2006.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