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맘에 드는 수상소감..

可耕 2006. 2. 26. 21:44

1.

끝내 남자친구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맙소사,

한다고 했는데, 최선을 다했건만.

저에게 무슨 하자가 있는 건가요.

 

2.

저는 추위가 가장 싫어요.

그리고 폭력이 싫습니다.

 

3.

세상이 언제든지 제게 사기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입니다.

말하자면-선제공격 같은 거죠.

 

4.

천지 구분도 못하는 애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셨습니다.

이제 저는 망나니가 될 수도 있고 요리사가 될 수도 있고 무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든지 플레이가 멋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칼끝을 다듬을 것입니다.

녹슬지 않도록, 잘.

 

5.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기회를 딛고 일어서는 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바닥에 엎드려 뺨을 대고 숨을 쉽니다.

그러면

지구는 정다운 소읍처럼 제 품에 안겨옵니다.

 

---1982년생, 이번에 대산대학 문학상을 받은

정한아의 수상 소감입니다..

얼굴도 예쁘게 생긴 이 친구..

작품도 좋았는데 수상 소감 한번 패기 넘칩니다..

 

스물 다섯살의 저도 그랬을까요..

스물 다섯살에서 보면 어쩌면 서른 일곱은

참 끔찍한 나이 였을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나이라면..

그래도 시간은 아무 저항없이 흘러

여기까지 쉽사리 옵니다..

 

열 두살 띠동갑인 이 친구..

그는 저를 모르겠지만 한 번 지켜 봐줄 참입니다..

칼날 번뜩이며 문단을 주름잡는

멋진 무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설령 칼끝 무뎌지고 조용히 잊혀져 간다 할지라도

이 시절이 있었음이 두고 두고 그에게는

힘있는 추억이 되기는 하겠지요..

 

건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