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에 드는 수상소감..
1.
끝내 남자친구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맙소사,
한다고 했는데, 최선을 다했건만.
저에게 무슨 하자가 있는 건가요.
2.
저는 추위가 가장 싫어요.
그리고 폭력이 싫습니다.
3.
세상이 언제든지 제게 사기칠 거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게 제가 소설을 쓰는 이유입니다.
말하자면-선제공격 같은 거죠.
4.
천지 구분도 못하는 애에게 칼자루를 쥐어 주셨습니다.
이제 저는 망나니가 될 수도 있고 요리사가 될 수도 있고 무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어느쪽이든지 플레이가 멋졌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칼끝을 다듬을 것입니다.
녹슬지 않도록, 잘.
5.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기회를 딛고 일어서는 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바닥에 엎드려 뺨을 대고 숨을 쉽니다.
그러면
지구는 정다운 소읍처럼 제 품에 안겨옵니다.
---1982년생, 이번에 대산대학 문학상을 받은
정한아의 수상 소감입니다..
얼굴도 예쁘게 생긴 이 친구..
작품도 좋았는데 수상 소감 한번 패기 넘칩니다..
스물 다섯살의 저도 그랬을까요..
스물 다섯살에서 보면 어쩌면 서른 일곱은
참 끔찍한 나이 였을지도 모릅니다..
특히나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나이라면..
그래도 시간은 아무 저항없이 흘러
여기까지 쉽사리 옵니다..
열 두살 띠동갑인 이 친구..
그는 저를 모르겠지만 한 번 지켜 봐줄 참입니다..
칼날 번뜩이며 문단을 주름잡는
멋진 무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설령 칼끝 무뎌지고 조용히 잊혀져 간다 할지라도
이 시절이 있었음이 두고 두고 그에게는
힘있는 추억이 되기는 하겠지요..
건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