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것들

내가 좋아하는 시..3

可耕 2004. 10. 2. 21:54

흰 바람벽이 있어....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 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을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주 앉어 대구국을 끓여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에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스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대학 시절 발견한 백석이라는 시인..
무척 좋아했지...

 

그의 시 하나하나에는
다른 시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그리움 같은것이랄까..
뭐 그런것이 있었어...

가난때문에 힘겨워야 했던 그 시절에
나는 이 시를 읇조리며 스스로를 위안하곤 했었던 거야..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높고 외롭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특히 이부분...

한줄도 빼놓지 않고 암기 할 수 있었던...
끝까지 외우는 최초이자 마지막이었던 시...

지금은? ㅎㅎ 물론 못외우지...

내가 살기가 편해진 게야...^^--